12잡가/경기 십이 잡가 집장가 전문/해석 및 해설/주석
집장군노(執杖軍奴) 거동(擧動)을 봐라
춘향을 동틀에다 쫑그라니 올려매고
형장(刑杖)을 한아름을 듸립다 덥석 안아다가
춘향의 앞에다가 좌르르 펄뜨리고
좌우 나졸들이 집장(執杖) 배립(排立)하여
분부 듣주어라 여쭈어라
바로바로 아뢸 말삼 없소 사또 안전(案前)에 죽여만 주오
집장군노 거동을 봐라
형장 하나를 고르면서 이놈 집어 느긋느긋 저놈 집어 는청는청
춘향이를 곁눈을 주며 저 다리 들어라
골(骨) 부러질라 눈 감아라 보지를 말라
나 죽은들 너 매우 치랴느냐 걱정을 말고 근심을 마라
집장군노 거동을 봐라
형장 하나를 골라 쥐고 선뜻 들고 내닫는 형상(形狀)
지옥문 지키었던 사자(使者)가 철퇴를 들어메고 내닫는 형상
좁은 골에 벼락치듯 너른 들에 번개하듯
십리만치 물러섰다가 오리만치 달려 들어와서
하나를 들입다 딱 부치니 아이구 이 일이 웬 일이란 말이오
허허 야 년아 말 듣거라
꽃은 피었다가 저절로 지고
잎은 돋았다가 다 뚝뚝 떨여저서
허허한치 광풍(狂風)의 낙엽이 되어
청버들을 좌르르 훑어
맑고 맑은 구곡지수(九曲之水)에다가 풍기덩실 지두덩실
흐늘거려 떠나려 가는구나
말이 못된 네로구나
집장군노(執杖軍奴) : 형장을 집행하는 군졸
동틀 : 곤장을 칠 때 묶어 놓는 형틀
형장(刑杖) : 곤장. 죄인의 볼기를 치던 형구
집장(執杖) 배립(排立)하여 : 형장을 칠 때 쭉 늘어 서서 대기하여
분부 듣주어라 여쭈어라 : 사또의 말씀을 듣고 할 말이 있으면 말해라
바로바로 아뢸 말삼 없소 사또 안전(案前)에 죽여만 주오 : (사또에게) 할 말이 없으니 사또에게 죽여 달라고 전해주시오
형장 하나를 고르면서 이놈 집어 느긋느긋 저놈 집어 는청는청 : 형을 집행하는 나무 몽둥이를 고르면서 이것 집어 느긋느긋, 저것 집어 는청는청. 군졸이 춘향이를 봐주기 위해 시간을 끄는 모습을 형용하고 있다.
나 죽은들 너 매우 치랴느냐 걱정을 말고 근심을 마라 : 군졸이 춘향이에게 자신이 사또에게 죄를 받을지라도 살살치겠다고 말하면서 걱정, 근심 말라는 것
들입다 : 세차게 마구
구곡지수(九曲之水) : 휘어서 구부러진 곳이 수 없이 많은 시냇물
말이 못된 네로구나 : (집장군노가 하는) 말이 "(춘향이) 네 처지가 참으로 잘못되었구나.”
이해와 감상 및 해설
"집장가"는 경기 십이잡가의 하나다. 판소리 『춘향가』의 한 장면에서 따왔다. 춘향이 변사또의 요구를 거절하고 형벌을 받는 장면을 묘사하는 대목을 표현하고 있다. 집장군노는 형장을 치는 군졸. 집장군노가 춘향을 형틀에 묶고, 춘향에게 말을 시키자 춘향은 “사또 안전에 죽여만 주오”라고 끝까지 고집을 굽히지 않는다. 이에 집장군노가 춘향에게 살살 치겠다고 하면서 형장을 치는 대목에 까지 이르고, 형장을 한 대 치고는, 춘향이의 처지를 안타깝게 표현하고 있다.
‘쫑그라니·들입다·덥석·좌르르·느긋느긋·능청능청’ 같은 우리말 표현을 사용하여 극적인 말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본 글은 책 "창악집성"과 논문 "경기잡가에 관한 연구/김외순"을 참고 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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