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이 오마 하거늘 해석/해설
님이 오마 하거늘 져녁밥을 일 지어 먹고
중문 나서 대문 나가 지방(地方) 우희 치다라 안자 이수(以手)로 가액하고 오는가 가는가 건넌 산 바라보니
거머흿들 셔 잇거늘 져야 님이로다
보션 버서 품에 품고 신 버서 손에 쥐고 곰븨 님븨 님븨 곰븨 쳔방 지방 지방 쳔방
즌 듸 마른 듸 갈희지 말고 워렁충창 건너가셔 정(情)엣말 하려 하고 겻눈을 흘긧 보니 상년(上年) 칠월(七月) (열)사흔날 갈가 벅긴 주추리 삼대 살드리도 날 소겨거다
모쳐라 밤일싀만졍 행혀 낫이런들 남 우일 번하괘라
[현대어 풀이]
님이 온다고 하기에 저녁밥을 일찍 지어 먹고
중문지나 대문 나가 문지방 위에 뛰어올라 손을 이마에 대고 오는가 가는가 건너편 산을 바라보니
거무희끗한 것이 서 있기에 저것이 님이구나
버선 벗어 품에 품고 신발 벗어 손에 쥐고 엎치락 뒤치락 허둥지둥거리며
진 데 마른 데 가리지 않고 후닥닥 건너가서 정겹게 말하려고 곁눈으로 힐끗 보니 작년 칠 월 (십)삼 일에 갉아 벗겨 세워 놓은 삼의 줄기가 완전히 날 속였구나
두어라, 밤이기 망정이지 행여 낮이었으면 남들 웃길 뻔 했구나
이해와 감상 및 해설*
이 작품은 무척 해학적인 작품이다. 님을 기다리는 일은 누구에게나 설레는 일이다. 비슷하게 생긴 사람만 봐도 그 사람인가 하고 눈을 크게 뜨고 살펴보게 된다. 행여 다른 사람이었으면 혼자서 멋쩍어서 주변을 돌아보기도 한다. 이러한 마음을 이 시조는 세밀한 행동묘사를 통해 잘 드러내고 있다. 독자는 기다림에 설레어 실수하는 화자의 모습을 바라보며 입가에 미소를 띠게 된다.
작품의 화자는 무척 들뜬 상태이다. 사랑하는 님이 온다는 소식이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제 올지는 모른다. 다만 온다는 것만 알고 있다. 그래서 서둘러 준비를 하게 된다. 언제 올지 모르는 님을 반겨 맞을 준비를 하는 것이다. 서두는 마음은 문지방에 오르는 것과 같이 금지된 행동도 서슴지 않게 된다. 최대한 멀리 보고, 최대한 빨리 님이 오시는 것을 알기 위해서다.
작중 인물은 세워놓은 삼대를 당연하다는 듯 님으로 착각하여 정신없이 달려간다. 이 장면은 상당히 리듬감 있게 진행되고 있다. 님비곰비 곰비님비, 천방지방 지방천방, 워렁충창 등의 시어는 주인공의 행동을 경쾌하고 발랄한 리듬으로 전달하고 있다. 특히 진데 마른데 가리지 않고 달려가는 모습은 님을 만나고자 하는 주인공의 간절함을 시각화하고 있다. 이러한 여러 장치들이 동원되어 중장은 경쾌한 리듬으로 박진감 있게 진행한다.
시적화자가 임인줄 알고 황급히 달려갔던 대상이 임이 아닌, 작년에 갉아벗기고 남은 삼의 줄기(삼대)였던 것이다. 사실 삼의 줄기는 자연물로써 아무런 의도가 없이 그저 서 있을 따름인데, 시적화자는 삼의 줄기를 생각과 의도를 가진 사람인양 간주하고 '날속였다'고 분해한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면 자신이 ‘속은' 것이 아니라, 자신이 ‘착각한' 것이다.
그러나 화자는 자신의 착각을 ‘속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즉, 화자는 자신의 착각을 대상물에 투사하여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데, 이러한 투사는 사설시조 텍스트에서 두루 나타나며 희극성을 자아내는 한 요소로 작용한다. 이렇게 화자가 자신의 착각을 삼의 줄기 탓으로 돌리는 태도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스스로 폭로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그런 아이러니에서 오는 희극성과 아울러, 존재하지도 않는 타인의 시선을 개입시킴으로써 스스로를 대상화시키는 데에서 희극미가 나타나게 된다.
님이 오마 하거늘(작자 미상)의 핵심 정리
* 갈래 : 사설시조
* 성격 : 해학적, 희극적
* 제재 : 임이 온다는 소식
* 주제 : 님과의 만남을 고대하는 간절한 마음
* 출전 : “청구영언”
*이해와 감상 및 해설의 일부는 논문 "사설시조 희극미 교육의 가능성과 한계"를 참고 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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