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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고전시가 전문 및 해설/2021 수능특강

양태사 야청도의성 전문/해석 및 해설

 

 

양태사 야청도의성(밤에 다듬이 소리를 듣고) 전문/해석 및 해설

 

 

 

*제가 지금까지 올린 고전시가 해설들은 시험장에서 이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를 기준으로 먼저 해설을 했었는데 이번에는 상세한 작품 해설 위주로 해설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진행하는 이유는 사실 시험장에서 처음보고 바로 풀어도 <보기>가 없는 한 대충 이해하고 풀어도 시험장에서 문제를 전부 맞히는데는 아무 지장이 없으나 이 작품은 대충 이해하고 넘어가려 하면 오독할 여지가 많은 작품이라 상세한 해설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시는 전체를 두고 볼 때는 화자, 즉 시인인 양태사가 일본에 사신으로 가서 자신의 고국을 그리워하면서 지은 시라고 볼 수 있지만 구체적으로 말하면 고향에 있는 자신의 아내를 그리워하면서 지은 시입니다. 이 점을 꼭 주지하고 있어야 이 작품을 오독할 여지가 적습니다.

 

 

2021 수능특강

가을 하늘에 달 비치고 은하수 밝은데 霜天月照夜河明

시간적 배경입니다 화자가 처한 시간은 달 밝고 은하수가 비치는 밤입니다

 

나그네 돌아가고 싶은 생각에 각별히 정회가 생기네 客子思歸別有情

화자는 현재 나그네 신세이고 자기가 살았던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합니다 화자가 머물고 있는 정확한 공간은 나오지 않았으나 위에 전제에 깔았듯이 일본이고 고향은 발해입니다


긴 밤 지루하게 앉아 죽을 듯이 시름겨운데 厭坐長宵愁欲死

나그네는 시름겨워 밤을 지새웠습니다 그것도 누워서 밤을 새운 것이 아니라 앉아서 밤을 새웠습니다


문득 이웃 아낙네의 다듬이질 소리 들려오네 忽聞隣女擣衣聲

다듬질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 다듬질 하는 소리가 가라앉은 화자의 심정을 깨어나게 합니다


바람에 실려 오는 소리 끊어질 듯 이어지며 聲來斷續因風至

밤 깊어 별 기울도록 잠시도 멎지를 않네 夜久星低無暫止

다듬이 소리가 끊어지지 않습니다 밤새도록 멈추지 않나봅니다

 

고국을 떠나온 뒤로는 들어 보지 못했는데 自從別國不相聞
지금 타향에서 듣는 소리 서로 비슷하네 今在他鄕聽相似

위에서 이미 전제로 깔았지만 화자가 머물고 있는 곳이 고국이 아닌 타향임은 여기서 처음 나옵니다 화자는 다듬질 소리를 듣고 다듬질 하는 화자의 아내를 연상합니다

 

고운 방망이 무거운지 가벼운지 알 수 없고 不知綵杵重將輕

여기서 '고운 방망이'는 화자의 아내의 다듬이 입니다 화자는 아내의 방망이가 무거운지 가벼운지 반문하는데 이에 대한 해답은 당연히 방망이가 무겁다는 것입니다


다듬잇돌 평평한지 아닌지도 모르겠지만 不悉靑砧平不平

여기서도 평평한지 아닌지 반문하지만 위의 구절과 연결해보면 두 구절은 대구이므로 위에서 화자는 아내의 다듬이가 무겁다고 했으니 여기서도 평평하다는 것을 전제로 시를 썼음을 알 수 있습니다


불쌍해라, 몸 약해 향기로운 땀 많을 터이니 遙憐體弱多香汗
알겠노라, 옥 같은 팔 벌써 매우 지쳤음을 預識更深勞玉腕

방망이가 무겁다는 것은 실질적으로는 여기서 들어납니다 무거운 방망이로 오래도록 다듬질을 하였으니 여자의 몸으로는 힘겨울 것입니다 힘이 드니 땀이 나는 것은 당연합니다 화자는 자신의 아내가 불쌍하고 애처롭다고 생각합니다

 

마땅히 나그네 홑옷에 보태고자 함인가 爲當欲救客衣單

화자는 아내가 자신을 위해 옷을 다듬는가 생각해봅니다


다시 먼저 규방의 추위를 시름겨워 함인가 爲復先愁閨閣寒

화자는 아내의 방이 차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비록 얼굴 모습 단절되어 있어 물어보기 어렵지만 雖忘容儀難可問

수능특강 해석이 좀 어색하게 되어 있는데 이 부분은 화자가 아내의 모습이 가물거려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고 하는 부분입니다 화자가 아내와 떨어진 지가 오래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득한 그 마음이 까닭 없는 원망은 아니리라 不知遙意怨無端

이 부분도 해석이 갈리기는 하는데 위와 연결해서 최대한 자연스럽게 해설해보면 화자가 아내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는데 대한 자책감과 멀리 떨어져 있는 아내에 대한 미안함으로 해설하는게 적절합니다

이 부분은 아래의 '다른 해석'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이국땅에 머물면서 새로 사귄 이 없었는데 寄異土兮無新識

화자의 고독하고 외로운 심정이 드러납니다


같은 마음이라 생각하니 긴 한숨 나오네 想同心兮長歎息

화자는 아내의 처지를 상상해보고 외로운 마음은 멀리 남편을 떠나보낸 아내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시간에 홀로 규중의 소리 듣고서 此時獨自閨中聞

화자는 아내를 상상하다가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왔습니다 이웃집에서 나는 다듬이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 누가 알랴, 이 밤에 밝은 눈동자 찡그림을 此夜誰知明眸縮

다듬이 소리를 듣고 자신의 아내를 생각하고 있기에 화자는 슬퍼집니다 화자의 감정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떠올리고 떠올려서 마음에 이미 걸려 있지만 憶憶兮心已懸

거듭 들어 봐도 꿰뚫어 알아차릴 수가 없네 重聞兮不可穿

화자는 아내를 거듭해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웃집 아낙네의 다듬이 소리가 계속 들립니다 이 소리는 자신의 아내를 연상하게 하는데 화자는 당장 아내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서 답답하기만 합니다

이 부분만 여섯 글자인데 그 이유는 자신의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박진감 있게 표현하기 위해서 입니다

이 구절은 다른 구절에 비해 글자 수가 적어 호흡이 빠릅니다 감정이 북받쳐 호흡이 빠른 정황을 시인은 놓치지 않고 여섯 글자로 표현한 것입니다

 

곧 꿈에라도 소리 나는 곳을 찾아가 보려 하지만 卽將因夢尋聲去

다만 시름이 많아서 잠들 수가 없구나 只爲愁多不得眠

화자는 꿈 속에서라도 다듬이 소리를 따라 가보려 합니다 이것은 꿈속에서라도 자신의 아내를 만나 보고 싶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잠조차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2021 수능특강에 수록된 부분은 "야청도의성"의 전문입니다****

 

 

 

 

이해와 감상 및 해설

‘밤에 다듬이 소리를 듣다’ 라는 제목을 지닌 이 작품은 양태사가 일본에 사신으로 가 머물 때 지은 7언 고시의 24행 장편 시가이다. 발해 시인이 남긴 시 중에서 가장 장편이다.

 

다듬이질은 일본에는 없는 풍속이다. 그 여인은 반드시 발해 사람은 아니라도 동족 이주민일 터이므로, 다듬이질하는 소리를 듣고 친근감을 느끼고 고국을 생각하였다. 

 

이 시는 자신의 감정을 다른 매개물 없이 솔직하게 표현하고, 자신의 심정을 직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또한 이 시는 청각적 심상이 가장 잘 드러나고 있다. 이 청각적 심상을 보조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시각적 심상이다. 청각적 심상에 해당하는 '다듬이 소리'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것이 시각적 심상인 달이 밝고 은하수가 비치는 밤이다.

 

아내와 자신을 연결시키는 고리는 다름 아닌 다듬이 소리이다. 이 시를 지은 양태사는 물론 남자이다. 그러나 이 시 전체를 흐르고 있는 정서는 여성적이다. 그만큼 애상적이며 정감이 넘친다. 

 

이 시가 독자에게 주는 메시지는 그다지 크지 않다. 시인의 철학이 이 시에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이것이 이 시의 한계이다. 

 

 

 

 

 

**한시는 원문이 한문이므로 해석하는 사람마다 해석의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이 작품은 한문도 표기가 혼란스럽게 되어 있는 부분이 있으니 수능특강과 일부 차이가 존재하는 다른 해석을 아래에 넣을테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다른 해석

서리 내린 달밤에 은하수 밝기만한데

나그네 돌아갈 생각에 시름이 깊어라

긴 밤 앉아 지새우니 시름겹기만 한데

문득 들리는 이웃 아낙네 다듬이 소리

끊어질 듯 이어지며 바람결에 실려와

밤 깊어 별 지도록 잠시도 쉬지 않네

고국을 떠나온 뒤로 듣지를 못했더니

타향에서 들리는 소리가 비슷하구나

곱게 칠한 방망이 무거운지 가벼운지

푸르른 다듬잇돌 평평한지 아니한지

멀리서 가녀린 몸 땀 흘리고 있겠지

밤늦도록 고운 팔 지치도록 두드리리

길 떠난 내 홑옷 걱정에 옷 다듬겠지만

당신 방 차지 않을까 나 먼저 근심되오

당신 모습 가물거려 생각 잘 나지 않아

멀리서 무단히 원망하지나 않으시련지

이국 땅에 붙어사니 새로운 친구 없어

그대와 나 한 마음 긴 한숨만 나오누나

지금 홀로 방안에서 다듬이 소리 들으니

이 밤 눈가에 눈물 고임을 그 누가 알리

그립고 그리워서 마음이 매달린 듯한데

다시금 들리니 갑갑한 마음 뚫을 길 없네

꿈속에라도 다듬이 소리 따라가려 하지만

근심이 많아 잠조차 이루지 못 하는 데야

 

 

 

 

 

 

 

**본 글은 이구의 교수님의 논문 "발해(渤海)시인 양태사(楊泰師) 시(詩)고(攷)"를 참고 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