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민가 전문/해석 및 해설
***고전시가 해설을 어떻게 쓸 지 고민을 많이 해봤는데요
시험장에서 이 작품을 처음 접할 때 기준으로 먼저 이 정도 이해하고 문제로 가면 된다 를 앞에 넣고, 뒤에는 논문이나 여타 자료들로 작품 해설을 넣는게 좋을 것 같아서 이 방법으로 해설을 진행하겠습니다***
[생원]
어져 어져 저기 가는 저 사람아
네 행색 보아하니 군사도망(軍士逃亡) 네로고나
군사도망 하는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 같습니다
허리 위로 볼작시면 베적삼이 깃만 남고
허리 아래 굽어보니 헌 잠방이 노닥노닥
곱장할미 앞에 가고 전태발이 뒤에 간다
십리 길을 하루에 가니 몇 리 가서 엎쳐지리
군사도망하는 사람들의 행색을 나타내고 있네요
내 고을의 양반(兩班) 사람 타도타관(他道他官) 옮겨 살면
천(賤)히 되기 상사여든 본토(本土) 군정(軍丁) 싫다 하고
자네 또한 도망하면 일국일토 한 인심에
근본 숨겨 살려 한들 어데 간들 면할손가
'생원'이 도망가는 사람을 설득하는 내용입니다
차라리 네 살던 곳에 아무렇게나 뿌리 박아
칠팔월에 삼을 캐고 구시월에 돈피(獤皮) 잡아
공채(公債) 신역(身役) 갚은 후에 그 나머지 두었다가
함흥 북청 홍원 장사 돌아들어 몰래 팔 때
후한 값 받고 팔아 살기 좋은 넓은 곳에
집과 논밭 곳쳐 사고 살림 도구 장만하여
부모처자 보전하고 새 즐거움 누리려문
'생원'이 도망가는 사람에게 도망하지 않고 고향에 눌러 살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갑민]
어와 생원인지 초관(哨官)인지
그대 말씀 그만두고 이내 말씀 들어보소
이내 또한 갑민(甲民)이라 이 땅에서 생장하니 이때 일을 모를소냐
'생원'에게 말을 들어보라고 하네요 도망가는 사람은 갑산에 사는 '갑민'인가 봅니다
우리 조상 남중양반(南中兩班) 진사 급제 계속하여
금장옥패 빗기 차고 시종신(侍從臣)을 다니다가
시기한 이의 참소 입어 전가사변(全家徙邊)한 후에
국내의 변방인 이 땅에서 칠팔 대를 살아오니
조상의 숨은 은덕에 이어 하는 일이 읍중(邑中) 구실 첫째로다
들어가면 좌수별감 나가서는 풍헌감관
유사(有司) 장의(掌儀) 채지 나면 체면 보아 사양터니
애슬프다 내 시절에 원수인(怨讐人)의 모해(謀害)로써
군사 강정(降定) 되단말가 내 한 몸이 헐어나니
좌우전후 많은 집안 차차 충군(充軍) 되거고야
화자의 조상들은 대대로 벼슬을 해오던 양반인데 시기하는 이의 참소를 입어 갑산이라는 변두리 땅으로 내몰리고, 그 이후 원수의 모해를 입어 본인 대에 와서는 군사로 강정되어 군역을 부담하는 서민으로 전락했다고 하네요
누대봉사(累代奉祀) 이내 몸은 하릴없이 매어 있고
시름없는 친족들은 자취 없이 도망하고
여러 사람 모든 신역 내 한 몸에 모두 무니
친족들은 모두 도망가고 조상의 제사를 받들어야하는 화자만이 남아서 화자 혼자 도망간 사람들의 군포까지 물어야 된다고 하네요
한 몸 신역 삼 냥 오 전(三兩五錢) 돈피 두 장 의법(依法)이라
열두 사람 없는 구실 합쳐 보면 사십육 냥(四十六兩)
해마다 맞춰 무니 석숭인들 당할소냐
석숭(부자)이라 할 지라도 도망간 사람들의 군포까지 합산한 13인의 군포는 마련하지 못 할 것이라 말하고 있네요
약간농사 전폐하고 삼을 캐러 입산(入山)하여
허항령(虛項嶺) 보태산(寶泰山)을 돌고 돌아 찾아보니
인삼 싹은 전혀 없고 오가 잎이 날 속인다
하릴없이 헛되이 와서 팔구월 고추바람
생업인 농사를 포기하고 삼을 캐러 갔지만 수확이 전혀 없다고 합니다
안고 돌아 입산하여 돈피 산행(獤皮山行) 하려하고
백두산 등에 지고 강 아래로 내려가서
싸리 꺾어 누대 치고 익갈나무 우등놉고
하나님께 축수(祝手)하며 산신(山神)님께 발원(發願)하여
물채줄을 갖춰 꽂고 사망일기 원하되
내 정성이 부족한지 사망실이 아니 붙네
빈손으로 돌아서니 삼지연(三池淵)이 잘 참이라
입동 지난 삼일 후에 일야설이 사뭇오니
다섯 자 깊이 이미 넘어 네 다섯 보를 못 옮기네
돈피를 구하러 산행에 나섰지만 성과가 없나보네요 (시험장에서 이 이상으로 이해할 필요는 없어보입니다 논문들에서도 이 정도로만 설명합니다)
식량이 다하고 의복이 얇으니 앞에 근심을 다 떨치고
목숨을 살려 욕심 내어 지사위한(至死爲限) 길을 헤아려
인가가 있는 곳을 찾아오니 검천거리(劍川巨里) 눈에 보인다
첫 닭 울음소리 이윽하고 인가가 적적한 것이 아직 잠들어 있는 것 같네
집을 찾아 들어가니 혼비백산 반 주검이
아무 말 못하고 넘어지니 더운 구들 아랫목에
송장 같이 누웠다가 산란한 정신을 가라앉힌 후에
두 발 끝을 굽어보니 열 개의 발가락이 간 곳 없네
간신히 몸조리로 목숨을 부지하여 소에게 실려 돌아오니
동상에 걸려 발가락이 잘려 소에 실려왔다고 하네요 위의 내용과 연결하면 백두산에 돈피를 구하러 갔다가 폭설을 만난 것으로 생각됩니다
팔십 되신 우리 노모 마중 나와 하시던 말씀
살아왔다 내 자식아 사망 없이 돌아온들
모든 신역 걱정할 소냐 논밭과 세간살림 모두 팔아
사십육냥 돈 가지고 파기소 찾아가니
중군파총 호령하되 우리사또 분부내에
각 초군의 모든 신역을 돈피 외에는 받지마라
재산을 모두 팔아 세금을 바치러 갔지만 돈피 외에는 받지 않는다네요
관가의 명령이 이와 같이 매우 엄하니 할 수 없이 물러나는구나
돈 가지고 물러 나와 사정할 것을 지어서 하소연하니
번잡한 소송이나 판결에 이르지 말라 하고 군노장교 파견하여
다급히 재촉하니
돈피 외에는 받지 않는다 하여 소송을 올렸으나 번거로운 짓 하지 말라고 위협하면서 군사를 보내 세금만 독촉했다 하네요
노부모의 원행치장(遠行治裝)
팔 승 네 필 두었더니 팔 양돈을 빌어서 받고
팔아다가 채워내니 오십 냥이 남게 되겠구나
삼수각진 두루 돌아 이십 육 장 돈피 사니
십여일이 가까이 왔네 성화같은 관가분부
아내를 잡아 가두었네 불쌍하다 병든 아내는
감옥 안에 갇히어서 목을 매어 죽었단 말인가
내 집 문 앞 돌아드니 어미 불러 우는소리
구천에 사무치고 의지 없는 노부모는
불성인사 누웠으니 기절한 탓이로다
각지를 헤매면서 돈피를 사오는 동안 관가에서는 병든 아내를 잡아 가두고 아내가 죽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에 노부모는 인사불성 누워있게 됬다고 하네요
여러 신역 바친 후에 시체 찾아 장사지내고
사묘(祠廟) 모셔 땅에 묻고 애끓도록 통곡하니
무지미물(無知微物) 뭇 참새가 저도 또한 슬피 운다
변방 가운데 있는 우리 인생 나라의 백성 되어서
군사되기 싫다고 도망하면 화외민(化外民)이 되려나와
한몸의 여러 신역 물다가 할 새 없어
또 금년이 돌아오니 정할 곳 없이 떠돌아다니는 것이라
써 있는 그대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새가 슬피 우는 거는 감정이입이구요
나라님께 아뢰자니 구중천문(九重天門) 멀어 있고
요순(堯舜) 같은 우리 성주(聖主) 일월(日月)같이 밝으신들
불점성화(不沾聖化) 이 극변(極邊)에 복분하(覆盆下)라 비췰소냐
그대 또한 내 말 듣소 타관 소식(他官消息) 들어 보게
북청부사(北靑府使) 뉘실런고 성명(姓名)은 잠깐 잊어있네
많은 군정 안보(安保)하고 백골도망(白骨逃亡) 원통함 풀고
각대초관(各隊哨官) 여러 신역 대소민호(大小民戶) 나눠 걷으니
많으면 닷 돈 푼수 적으면 서 돈이라
인읍(隣邑) 백성 이 말 듣고 남부여대(男負女戴) 모여드니
군정허오(軍丁虛伍) 없어지고 민호(民戶) 점점 늘어 간다
나도 또한 이 말 듣고 우리 고을 군정 신역(軍丁身役)
북청일례(北靑一例) 하여지라 영문(營門) 의송(議送) 정(呈)탄 말가
본읍(本邑) 맡겨 제사(題辭) 맡아 본 관아에 부치온즉
불문시비(不門是非) 올려 매고 형문(刑問) 한 번 맞았단 말가
이웃 고을인 북청에서는 부사의 선정으로 대소민호가 신역을 분담하여 신역의 고통을 덜고 있다고 하네요
화자가 이 말을 듣고 이웃 고을처럼 해달라고 자기 고을에 의송을 올렸으나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형문(형벌)만 가했다고 하네요
천신만고(千辛萬苦) 놓여나서 고향 생애 다 떨치고
이웃 친구 하직 없이 부로휴유(扶老携幼) 한밤중에
후치령 길 비켜 두고 금창령(金昌嶺)을 허위 넘어
단천(端川) 땅을 바로 지나 성대산(聖大山)을 넘어서면
북청 땅이 긔 아닌가 거처호부(居處好否) 다 떨치고
모든 가속(家屬) 안보하고 신역 없는 군사 되세
내 곧 신역 이러하면 이친기묘(離親棄墓) 하올소냐
북청으로 가는 길을 묘사하고 있네요
화자는 거처호부(거처의 좋고 나쁨)는 필요없고 신역이 없는 곳을 원하고 있습니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하나님께 비나이다
충군애민(忠君愛民) 북청 원님 우리 고을 빌이시면
군정도탄(軍丁塗炭) 그려다가 임금님께 올리리라
만약 북청 원님이 화자의 고을에 들리면 군정의 도탄을 그려 임금님께 올린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대 또한 내년 이때 처자 동생 거느리고
이 영로(嶺路)로 접어들 때 그때 내 말 깨치리라
내 심중에 있는 말씀 횡설수설하려 하면
내일 이때 다 지나도 반나마 모자라리
일모총총(日暮怱怱) 갈 길 머니 하직하고 가노매라
'그대'는 '생원'이고 나머지 내용은 있는 그대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이해와 감상 및 해설
‘생원’은 궁색하고 설득력 없는 논리로 ‘갑민’의 이주를 저지하려 할 뿐이고, 그마저도 실패하며 그것으로 ‘생원’의 역할은 끝난다. 즉, "갑민가"에서 ‘생원’의 역할은 단지 ‘갑민’의 이주 논리를 더욱 공고하게 만들어주는 데 그치고 있다. 즉, ‘갑민’의 일방적 토로에 의해 작품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 ‘생원’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가정한다면, 현실의 재현이란 측면에서 이 작품은 존립 기반에 타격을 입을 수도 있을 것이다. 즉 그나마 ‘생원’의 진술에 드러난 이주 반박의 논리가 있었기에 ‘갑민’의 등장과 이주의 논리는 보다 구체적인 실재성을 획득할 수 있다.
작품의 주제 : 당대 서민들이 처했던 곤궁한 현실과 그것에 대한 대응 수단으로서의 이주
본 글은 논문
"대화체 가사 연구 (對話體 歌辭 硏究)/김형태"
"조선후기 현실비판가사 연구/채현석"
"「갑민가」의 주제에 대한 재검토 (「甲民歌」의 主題에 대한 再檢討)"
이상 3개의 논문을 참고했음을 밝힙니다
*이 작품의 원문은 한자와 한글이 같이 쓰이므로 해석의 차이가 존재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저는 여러 논문을 참조하고, 수능특강의 해석을 크게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전문을 가져왔습니다. (현대어로 해석하기 어려운 부분은 원문의 한자를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전문은 아래 pdf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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