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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극 수필 전문 줄거리 해설/2021 수능특강

김우진 산돼지 전문/줄거리/해설

 

 

 

산돼지(김우진) 줄거리

최원봉이 차혁과 바둑을 둔다. 청년회 간부인 원봉은 자신의 주관으로 연 바자회의 수익금 50원을 써 버리고, 이러한 사실을 덮어 주려는 차혁과 싸운다.

 

사람들은 원봉을 ‘산돼지’라 부르고 원봉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정신적 갈등을 일으켜 몽환병에 시달린다. 최 주사의 유언에도 불구하고, 원봉과 정숙, 영순과 차혁이 각각 교제한다.


원봉은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비밀(꿈속에서 토벌 병정에 쫓기는 동학군이었던 아버지와 관군에게 쫓기다가 원봉을 낳고 죽은 어머니의 일)을 꿈을 통해 알게 된다. 원봉은 자신에게 지워진 사회 개혁의 사명과 현실과의 괴리로 고민한다.


꿈에서 현실로 돌아오고, 원봉에게 실망해 일본 동경으로 떠났던 원봉의 애인 정숙이 돌아온다. 둘은 서로의 나아갈 방향을 논의하며 갈등을 해소한다.

 

 

 

 

 

등장인물

* 최영순 : 최 주사의 딸. 원봉과 함께 자란 사이로 차혁과 애인 사이. 원봉의 건강을 걱정하며 극진하게 돌보는 전통적인 여인
* 차혁 : 청년회 관계자이자 원봉의 친구. 목적을 위해서 수단은 상관없다고 여기며 공금을 유용한 원봉의 부정을 숨기려 함.
* 최원봉 : 청년회 간부. 부친이 동학군이란 이유로 부모가 관군에게 죽임을 당하고, 최 주사에게 양육됨.
* 최 주사 댁 : 원봉과 영순의 어머니. 남편의 유언에 따라 원봉과 영순을 결혼시키려 했으나, 영순에 대한 애정 때문에 태도를 바꿈.
* 정숙 : 원봉의 약혼녀인 신식 여인. 원봉이 병에 걸리자 동경에서 돌아와 원봉과 지식인으로서의 미래를 이야기함.

 

 

 

 

산돼지(김우진)의 핵심 정리

* 갈래 : 장막극, 표현주의 극
* 성격 : 실험적, 상징적
* 제재 : 일제 강점기 지식인의 삶
* 특징
① 우리나라 최초의 표현주의 극임.
② 상징적 수법을 사용하여 인물의 심리를 드러냄.
* 출전 : “조선지광”(1926)

 

 

 

이해와 감상

낭만성이 짙은 이 작품은 본격적 표현주의 희곡으로서 사회개혁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며, 식민지시대라는 상황에서 봉건적 인습의 고옥() 속에 유폐되어 몸부림치던 개화 초기 지식인의 좌절을 가장 절실하게 묘사하고 있다.

 

주인공 원봉은 구국전선에 나섰다가 죽은 동학군의 아들이며, 마을의 청년회 상무간사로서 공금유출 혐의를 받고 불신임 직전에 놓인 상황에 놓여 있었다. 또한 누이동생 영순을 사랑하고 있는데, 이러한 모든 비정상적인 상황을 산돼지를 집돼지로 길들이려는 사회의 모순과 연결시키고 있다.

 

원봉의 어머니는 그를 잉태하고 있을 때 동학란이 일어나 쫓겨다니던 중 관군()에게 강간을 당하였고, 원봉을 낳은 지 며칠 만에 죽었다. 원봉은 최주사댁에서 길러졌는데, 그녀에게 영순이라는 딸이 있었다.

영순의 아버지는 원봉과 영순을 결합시키라는 유언을 남겼으나, 최주사댁은 비밀을 덮어두고 영순을 원봉의 친구인 혁과 혼인시킨다. 원봉은 꿈속의 환각을 통하여 출생의 비밀을 알아내고 동학군인 아버지도 만나나, 현실적으로 행동을 하지 못하고 공상만 하는 무능한 인물이다.

원봉은 무한한 자유를 갈망하고 있으나, 혈연적이며 가정적인 일상생활의 테두리 속에 갇혀 있던 까닭에 아무 행동도 하지 못하는, 산돼지를 집돼지로 걸식시키게 하는 1920년대의 전형적인 지식인으로 그려져 있다.

 

이 작품은 작가 자신이 고백하였듯이, ‘자신의 생의 행진곡’으로서 개화기 지식인의 고뇌를 함축해놓은 희곡이다. 특히 자연주의·상징주의·표현주의의 방법을 광범위하게 차용하여 새로운 연극적 실험을 한 점은, 아직 신극()이 정립되지 않은 1920년대의 실정에서는 매우 선구적인 일이라 하겠다.

 

이 작품은 광복전의 희곡에서는 보기 드물게 동학을 작품의 주요 모티프로 설정하고 있어 주목된다. 또한 이 작품에서는 이러한 동학과 현실과의 접맥, 그리고 최원봉의 출생에 관련된 사항이 몽환적인 장면을 통해 제시되고 있는데, 이 점은 종래의 사실주의 무대를 뛰어넘는 표현주의의 특징을 지닌다는 점에서 선구적인 의의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반 장치가 작품 속의 현실적 사건과 직접 연결되지 못한다는 점, 그리고 극 중 사건이 분명한 목표 아래에서 통일되지 못한 채 관념적인 결말로 끝맺어 진다는 점은 이 작품의 한계라고 할 수 있다.

 

 

 

 

 

-‘개 이야기’에 담긴 의미와 관련 인물- (제가 올린 전문 기준 p. 11 하단에서 p. 12 상단에 있는 원봉의 대사입니다.)

 

 

 

 

 

*표현주의극 : 20세기 초 독일을 중심으로 전개된 문예사조인 표현주의가 연극에 반영되어 나타난 것으로, 사실주의극에서 파생되었으며 인간의 내면과 무의식의 세계를 주관적으로 묘사한다.

특징은 우선 개인의 가장 주관적인 내부세계의 묘사에 충실하기 때문에 자연히 자서전적인 요소를 극중에 강하게 도입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등장인물은 작가 자신의 분신이거나 주인공의 의식 속에 잠재해 있는 한 특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개성적인 살아 있는 인물이 되지 못하고 유형화되거나 풍자화된 인물로서 사회의 한 집단을 대표한다.

유형화된 인물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몽환적인 분위기 속에서 사고의 지속성이 없는 복잡한 심리적 갈등을 표현하기 때문에 논리를 필요로 하는 일상언어와는 달리 잘라낸 듯이 단편적이다. 

진실이 사물의 내면적 환영 속에 있다고 하여 사물의 외양이 자주 왜곡된다. 사람의 동작은 자주 기계화되어 나타나고 대사는 전보문처럼 짧거나 반대로 아주 긴 문장으로 구성된다.

 

 

 

 

해설**

최원봉은 "산돼지"의 탐색자이다. 최원봉은 아픔을 겪고 있다. 최원봉은 자신이 상무간사로 일하고 있던 모임에서 불신임안이 제출 되는 수모를 당하고 있으며, 사랑하는 여인 정숙은 자신을 버리고 광은과 함께 일본으로 가버렸다. 자신이 애정을 가지고 살아가던 대상으로부터 완전히 소외되어 버린 것이다.

 

“「목적을 위해서는 무엇이든지」하는 신념이 잇서야 한다”며 총회에서 맞서 싸우자는 친구 차혁에게 원봉은 “내 쟐못을 피할녀고 머리 숙이기는 실타”면서 총회에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겠다고 한다. 차혁은 더러운 현실을 개혁하기 위해서는 더러운 방법으로라도 싸워 이겨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원봉은 그것보다는 더러운 현실을 외면해버리는 방법을 택하고자 한 것이다.

 

세상의 불합리와 맞서 싸우기를 포기한 최원봉은 동생인 최영순에게 집착한다. 가족의 사랑에 기대어 아픔을 잊으려 한다하기 보다는, 외부와 통하는 모든 문을 닫아버리고 오직 자기세계 속으로 침잠하고자 하는 욕망에서 나온 행위이다. 자신의 영역 안에 스스로를 유폐시킨 그는 자기 소유의 모든 것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유아적 태도를 보이기 시작한다. 그는 친구 차혁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고, 동생 최영순에게는 이성으로서나 가능한 애정 표현까지 한다. 영순에게 가여운 존재로 비쳐짐으로써 그녀의 사랑을 얻어내고, 그의 곁을 떠나지 못하게 만들려는 것이다. 최원봉은 영순의 사랑에 의지해서라도 “아버지 뜻을 바더 사회를 위해 민족을 위해 원수 갑고 반역하라” 운명으로부터 도망가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원봉은 자신의 운명으로부터 도망갈 수가 없다.

 

몽환(夢幻) 속에서 그는 그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바로 보게 된다. 그의 아버지가 동학군이었으며, 영순의 아버지와 절친한 사이였다는 것, 그리고 영순의 부모가 원봉을 데려다 “이리저리 숨어 다니면서 성명까지 갈고” 숨어 살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먹을 것에 길들여진 집돼지가 아니라 힘들더라도 야생에서 자유롭게 살아가야 하는 ‘산돼지’의 삶이 그의 운명임을 깨달은 것이다. 그러나 최원봉은 선뜻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세상의 모순과 맞서 싸우기 보다는 도망감을 선택했던 그로서는 사회와 민족을 위한 삶을 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최원봉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저승에 가서도 벗겨지지 않도록 단단하게 산돼지 탈을 못 박으려 한다. 주사댁과 정숙은 도망을 갔지만, 원봉은 그렇지 못하였기 때문에 평생 산돼지 탈을 쓰고 살아갈 수밖에 없게 되었다. 몽환 장면의 사건들은 원봉만이 겪은 것이기에 그 자체가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몽환에서 산돼지 탈을 쓴 이후 원봉은 자신의 앞날을 새로 설계한다. 3막의 무대는 제2막의 몽환 장면과 동일한 벌판이다. 원봉이 그 벌판에 앉아 있다는 것은 몽환장면에서 그에게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인다는 의미이겠다. 최원봉은 자기 자신을 “현실의 가치와 새 의식을 차지려고 애쓰는” 사람이라 규정한다. 현실 속으로 돌아와 현실을 개혁하고, 모순의 극복에 힘쓰는 길을 걸어가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그러한 그에게 정숙의 재등장은 앞으로 나아갈 길이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좀 더 선명하게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최원봉을 찾아온 정숙은 과거의 정숙과 다르다. “예젼 것을 죄다 태우고 그 재 속에셔 다시 사러 나오는 새”가 되어 “예전에는 꿈도 안 뀌엿든 새 나라로 드러갈녀”는 것이다. 광은에게 속아 원봉을 배신하고 일본으로 갔다가, 상처를 가득 안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그녀이지만 좌절하지 않고 씩씩하게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나려고 한다. 자기 자신이 범한 잘잘못을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분석하고 그 바탕 위에서 다음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다. 정숙은 원봉이 자신에게 “쌩거 부이이니 엘엔케이니 원치도 아니한 설교”를 하면서 추동한 덕에 여성문제에 눈을 뜨기는 하였으나 자기 스스로 아무 것도 갖추지 못한, 그저 겉멋만 잔뜩 든 실패자임을 스스로 자인한다. 자신의 잘못을 명확히 이해하고, 그 바탕 위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정숙 앞에서 원봉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시를 읽는 마지막 장면은 두 사람이 모두 새 출발의 자리에 서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것이다. 식민지 조선인에게는 사회와 민족을 위해 반역을 꾀해야 하는 운명이 주어져 있음을, 구체적으로는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면서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함을 그들의 모습을 통해 관객들은 느낄 수가 있다.

 

 

 

 

 

 

 

 

*표현주의극에 대한 설명은 "두산백과"를 참고했습니다. (논문을 인용하고 싶었지만 마음에 드는 논문이 존재하지 않아서 두산백과로 갈음했습니다. 표현주의극에 대한 설명은 참고만 하시기 바랍니다.)

 

**해설은 김재석 교수님의 논문 "김우진의 표현주의극 창작 동인과 그 의미"를 참고하였음을 밝힙니다. (작성일 기준 김우진과 "산돼지"에 관한 논문 중 가장 높은 피인용 횟수를 기록한 논문입니다./논문에서 필요한 내용을 최대한 간추렸으나 여전히 길긴하네요 해설을 보면서 전문에서 읽었던 내용을 다시 상기시킨다 생각하고 읽으시면 도움이 될 거라 사료됩니다.)

 

 

 

 

 

 

 

 

 

 

 

 

***전문은 아래 pdf에 있습니다!***

산돼지 전문.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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