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야구도하기(박지원) 줄거리
1)
강물이 산과 산 사이로 흘러나와 급한 경사와 바위 등의 굴곡에 의해 부딪혀 울부짖는 듯하고 전차 만 대가 굴러가는 것처럼 큰 소리를 낸다. 사람들은 이것을 설명하여 이곳이 옛날의 전쟁터였기 때문에 그런 소리가 난다고 한다. 그러나 소리는 듣는 이의 마음가짐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들릴 수 있다. 자신이 옛날에 산속의 집에 누워 있자니 마음이 슬플 때, 기쁠 때, 화가 날 때 들려오는 소리가 모두 다르다고 하였다.
사람들이 장마 진 요하(遼河)를 건널 때에 기도하듯이 하늘을 쳐다보고 건너는 것은 물을 보면 어지러워 굴러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 사람들은 요하가 물소리가 나지 않는 것은 요하가 평야에 위치하여 있기 때문이라 한다. 이것은 사람들이 낮에만 건너므로 눈에 보이는 거친 파도 때문에 소리가 귀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밤에 요하를 건너면 소리가 크게 들리는 것은 눈에 거친 파도가 보이지 않아 귀로 위협적인 소리만 듣기 때문이다.
외물에 현혹되지 않고 마음을 평정하면 사나운 강물에도 익숙해짐을 깨닫게 된다. 그리하여 아홉 번을 건너도 걱정 없이 건널 수 있었다.
우리의 감각 기관은 외물에 영향을 받으며, 그러한 상태에서는 사물의 정확한 실체를 살필 수가 없다. 그러한 인식의 허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감각 기관과 그것에 의해 움직이는 감정에 휩쓸리지 말아야 한다.
*수필임을 염두해 두시고 읽어주세요
2)**
1. 눈앞에 펼쳐진 강물 소리 묘사. 강물 소리는 어떻게 듣느냐에 달려 있다. (현재)
2. 연암협에서 들은 다양한 시냇물 소리 경험. 이 모든 소리는 올바른 들은 것이 아니다. 마음속에 미리 정해놓은 생각에 따라 소리가 들었을 뿐이다. (과거)
3. 지금 나는 한밤중에 강을 아홉 번 건넜다. (현재)
4. 요동에 들어가지 못한 한여름의 대낮에 흙탕물이 산더미처럼 밀려오는 큰 강을 건넜다. 곧 빠져죽을 위험함에 처했어도 강물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눈이 위험한 데만 쏠려 귀로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과거)
5. 지금 밤중에 강물을 건너므로 눈으로 위험한 광경이 보이는 대신, 위험함이 듣는 데로만 쏠렸다. 명심(冥心)자는 귀와 눈이 폐가 되지 않으나 귀와 눈만을 의지하는 사람은 보고 듣는 것이 자세할수록 병통이 됨을 깨달았다. (현재)
6. 손수 말의 고삐를 풀어 강으로 땅을 삼고 성정을 삼을 것을 생각하니 강물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현재)
7. 우임금이 강을 건널 때 누런 용이 배를 등에 얹어 위험해졌다. 그러나 사생(死生)의 마음을 정하자 용이든 지렁이든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과거의 고사)
8. 외물인 소리와 색이 눈과 귀에 폐를 일으켜 보고 듣는 올바름을 잃어버리게 한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일은 그 위험함이 강을 건너는 일보다 훨씬 심해서 보고 듣는 것이 수시로 병폐가 된다. 연암 골짝으로 돌아가 내 생각을 검증하고 자기 몸 챙기는데 약삭빠르면서 자기의 총명함을 믿는 자들에게 경고하련다. (현재)
*'현재' 표시는 작자가 글을 체험 직후에 적었다고 가정했을 때 기준입니다.
일야구도하기(一夜九渡河記)(박지원)의 핵심 정리
* 갈래 : 한문 수필, 기행 수필
* 성격 : 체험적, 사색적, 분석적, 교훈적
* 제재 : 하룻밤에 아홉 번 강을 건넌 체험
* 중심 화제 : 강물을 건너는 위험함과 그 극복
* 주제
① 외물(外物)에 현혹되지 않는 삶의 자세
② 이목(耳目)에 구애됨이 없는 초연한 마음
③ 마음을 다스리는 일의 중요성
* 특징
① 구체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결론을 이끌어 냄.
② 치밀하고 예리한 관찰력으로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봄.
* 출전 : “열하일기(熱河日記)” 중 ‘심세편(審勢篇)’
이해와 감상
"일야구도하기"는 연암 박지원이 청나라에 다녀온 경험을 쓴 “열하일기(熱河日記)”에 실려 있는 글로, 여정과 견문을 기록한 기행 수필이다. 여기에서 글쓴이는 단순히 여행의 경험을 기록하는 것을 넘어 여행의 체험을 통해 사색하고 깨달은 바를 기록했다. 함께 여행을 한 이들과 같은 것을 보고 같은 체험을 했음에도 글쓴이만이 새로운 것을 깨달을 수 있는 이유는 글쓴이의 독특하고 개성적인 사고 때문이다.
이 글은 남성적인 문체, 산만해 보이지만 내적 질서가 정연한 구성, 물의 흐름이나 소리를 생생하게 표현한 것이 특징적이다. 구체적인 경험을 통해 추상적인 깨달음을 전하고 있어 구체적인 경험이나 묘사만 있고 깨달음이 없는 허식적인 글이나, 구체적인 경험 없이 깨달음만을 전하는 관념적인 글에 비해 교훈적이며 설득력이 강하다.
우리의 감관은 외물에 의하여 지배적 영향을 받게 되며, 이러한 상태에서는 사물의 정확한 실체를 살필 수가 없다. 이러한 인식의 허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감관과 그것에 의하여 움직이는 감정과 절연된 상태를 유지하여야 한다는 것이 "일야구도하기"의 요지이다.
이 글에는 큰 강물을 건너면서 겁을 먹게 되는 것은 강물의 흐름이나 소리만을 염두에 두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는 과정이 잘 그려져 있다. 박지원은 시내를 건너며 귀에 들려오는 물소리가 상황의 변화에 따라 다르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인지하고, 이를 통하여 인식의 허실을 예리하게 지적하고 있다. 사물에 대한 정확한 인식에 도달하는 방법은 외계의 영향을 배제한 순수한 이성적 판단에 의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어떻게 살아가야 진실한 삶을 살 수 있는가?’ 라는 본질적인 질문에 대한 글쓴이 나름의 답도 구하고 있다. 사물에 대한 정확한 인식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눈과 귀를 통해 지각된 외물(外物)에 영향을 받지 말아야 하며, 사물을 이성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깨달음이 그것이다. 글쓴이는 이를 통해 외물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삶을 사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인생은 시내를 건너는 것보다 더 크고, 더 험한 강을 건너가는 것과 같으므로, 자신의 몸을 닦고 자신의 총명함에 의거하여야 한다고 하여, 이러한 감정을 배제한 이성적인 인식을 궁극적으로는 삶을 영위하는 데까지 확충하여 이용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설**
경험은 작가의 주장을 입증해주는 훌륭한 사례로서 기능한다. 하지만 순전한 개인적 체험은 전거와 용사에 바탕을 둔 글쓰기를 했던 옛 지식인들에게는 글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될 수 있다. 그 점을 고려해서인지, 적절한 지점에 우임금에 관한 전거(典據)를 들어 자칫 약화될 수도 있는 글의 신뢰성과 권위를 보강했다. 첫머리의 강물에 대한 묘사는 눈앞에서 보듯 생생한데다 반복법을 구사함으로써 기세가 강하고 이미지가 응축되는 효과를 준다. 무엇보다 이 작품이 고금을 막론하고 높게 평가된 데에는 인식론적이고 철학적인 주제의식에 있다. "일야구도하기"는 동일한 현상이나 사물도 듣거나 보는 사람의 심리 상태에 따라 다르게 인식될 수 있다는 점을 말한다.
"일야구도하기"에서는 일차적으로 보고 듣는 올바름을 마비시키는 외물, 즉 소리와 색깔이 위험함의 실체다. 이는 인식론 문제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간 논의를 펼친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그 위험하기가 강을 건너는 일보다 더 심할 뿐만 아니라, 보고 듣는 것이 수시로 병폐가 된다는 것이다. ‘위험함’이라는 화두가 인식론 차원에서 현실의 문제로 나아간다. "일야구도하기"가 표면적으로는 사물을 참되게 인식하는 자세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실제로는 대단히 현실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일야구도하기"에서 위험함은 강물 자체에 있지 않다. 자신의 눈과 귀만을 의지하는 것이 진짜 위험함이다. 사물은 본디 정해진 색이 없다. 다만 내가 눈으로 먼저 정해 버리기에 혼돈과 의심이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눈과 귀에 의존함으로써 생기는 선입견으로부터 벗어나 마음으로 보아야 한다.
**줄거리 2)와 해설은 논문 "맥락으로 본 <일야구도하기>의 구성 전략 (맥락으로 본 <一夜九渡河記>의 구성 전략)"을 참고했음을 밝힙니다.
****"박지원-일야구도하기"는 조선 후기에 쓰여진 작품으로 원문이 한문입니다. 그 점을 염두해두시고 읽으시길 바랍니다!!****
***전문은 아래 pdf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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