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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소설 전문 줄거리 해설/2021 수능특강

권필 주생전 전문/줄거리/해설

 

 

권필 주생전 전문/줄거리/해설

 

 

 

 

주생전 줄거리

주생은 고향이 전당()이었으나 아버지의 벼슬길을 따라 촉주로 가서 그 곳에서 자랐다. 태학에 다니면서 총명함과 재주를 자부했으나 과거에 연달아 낙방한 주생은 과거를 포기하고 가재를 털어 장사를 하기로 마음먹고 이곳저곳을 떠돌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고향 전당에 이르러 기생이 된 어릴 적 친구 배도()를 만나 사랑에 빠져 그의 집에 머문다.

노승상댁 연회에 불려간 배도를 기다리며 승상댁 근처를 서성거리던 주생은 승상의 딸 선화()의 자태를 훔쳐보고는 연정을 품는다.

 

승상부인은 배도로부터 주생의 탁월한 학식을 듣고 주생을 아들 국영의 스승으로 청하였다. 주생은 배도의 집에서 국영을 가르쳤다. 그러나 선화에 대한 연정을 참지 못하여 왕래의 불편을 핑계로 승상댁에 들어가 국영을 가르친다. 엄격한 집안 분위기 때문에 선화를 만나 볼 수 없었던 주생은 죽음을 각오하고 월장하여 선화와 시로써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는 동침하게 된다. 선화와의 사랑에 빠진 주생은 배도를 멀리하게 되고, 이 사실을 안 배도는 번민 끝에 죽는다. 한편, 국영이 병들어 죽게 되자 있을 곳이 없어진 주생은 그 곳을 떠나 어머니의 친척인 장노인댁에 의탁한다.

주생은 선화에 대한 그리움으로 시름시름 앓게 되고, 주생이 앓게 된 연유를 알게 된 장노인은 주생의 후견인이 되어 정식으로 청혼을 한다. 한편 선화도 주생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몸져 누워있는데, 이를 안 승상부인은 기쁜 마음으로 주생의 청혼을 받아들이게 된다. 이와 같은 우여곡절 끝에 혼인날을 잡게 되었으나 조선에서 임진왜란이 발생하자 주생은 명나라 원병의 종군서기로 징발되어 선화에게 알리지도 못한 채 출병한다. 주생은 조선에 머무르면서도 선화를 잊지 못해 마음 아파하다가 송도에서 이 작품의 작자인 조선 사람에게 저간의 사정을 이야기함으로써 이 작품이 제작될 수 있게 된다.

 

 

 

 

 

이해와 감상 및 해설*

**간추린다고 간추렸는데 좋은 내용이라 필요한 내용을 전부 넣다보니 길어지게 되었습니다. 만약 전문을 읽을 정도로 의지가 강하신 분들이라면 전문을 읽은 후에 이 부분을 읽으신다면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될 거라 확신할 수 있습니다.**

 

1)

기생 배도와의 결연은 표면적으로 애정 탐닉의 결과이지만, 제도권 편입(지위 상승)이라고 하는 주생의 잠재적 욕구와 결코 무관한 것이 아니다. 주생은 삶의 구체적 지향점도 없이 유랑을 하던 중 우연히 고향에 들러 기생 배도를 만난다. 배도와의 만남은 애초의 문제 해결을 위해 주인공 스스로 만들어 간 사건이 아니라, 의외로 획득된 희망적 상황이다.

 

배도는 주생의 재주가 뛰어나고 또 주생이 장가를 들지 않았음을 알고는 그에게 머물기를 요청한다. 배도의 구애 행위 이면에는 주생을 통해 신분적 복귀를 도모하고자 하는 욕구가 깔려 있다. 배도의 집안은 본래 호족이었다. 그런데 높은 벼슬까지 지낸 바 있는 조부가 죄를 지어 서민으로 쫓겨난 후로 가계가 빈곤하여졌을 뿐 아니라 부모까지 일찍 죽게 되자, 배도는 기생이 되었다. 상층신분에서 기생의 신분으로 전락하였으니, 그만큼 배도의 신분상승의 욕구는 강렬했을 것이다.

 

자신의 재주를 인정하는 배도와의 만남을 통해서, 제도권에 진입하고자 하는 잠재적 욕구와 의지가 주생에게 되살아 났다고 할 수 있다. 배도와의 만남이 주생의 제도권 편입 욕구에 다시 불을 붙인 계기가 된 것이다.

 

 

2)

주생은 배도가 드나드는 노승상댁의 딸 선화를 보는 순간 선화에 대한 애욕에 사로잡히게 되는데, 이러한 이기적 행위에는 미색에 대한 육욕적 충동과 지위상승에 대한 욕구가 동시에 내재되어 있다. 즉, 선화의 육체적 아름다움에 대한 탐닉과 함께 내면심리에 잠재되어 있는 입신출세욕이 주생을 또 하나의 애정갈등에 휩싸이게 하고 있는 것이다. 명문거족의 딸 선화와 애정관계를 맺는 것은 주생이 자신의 잠재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선화와 주생은 형식적인 신분계층에 있어서는 차이가 없다. 그러나 문벌의 차이로 실절적으로는 지위가 다르다고 할 수 있으므로, 선화와의 결연은 곧 실질적인 지위 상승을 가져오는 기반이 될 수 있다. 노승상 부인이 아들 국영의 선생으로 초빙함으로써 선화의 집으로 거처를 옮기게 된 주생은 자신의 욕구충족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행동을 취한다.

 

주생의 생각을 보면 선화와의 결연을 성취하는 것 자체가 '귀한 몸'으로서의 실질적 지위 상승으로 인식되고 있다. 애정욕구 속에 현실전인 지위 상승의 욕구가 잠재되어 있는 셈이다. 배도와의 결연이 제도권 진입 욕구를 일깨워 주는 것이었다면, 선화와의 결연은 곧 실질적 지원 상승을 보장해 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주생은 목숨을 건 모험(선화의 방으로 뛰어드는 것)을 감행한 게 된다.

 

 

3)

조선에 임진왜란이 터지게 되어 주생은 유격장군의 종군서기로 발탁되기에 이른다. 종군서기로 발탁된 것은 주생에게 희망의 상황일 수도 있다. 어떤 형태로건 제도권에 진입하게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얼마든지 벼슬도 높아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생은 굳이 사양한다. 주생에게는 제도권 편입을 통한 지위상승의 욕구보다는 애정에 대한 욕구가 더 강렬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배도와 결연을 했을 때나 선화를 처음 만날 때는 애정욕구와 지위 상승의 욕구가 서로 일치하는 것이었는데, 사정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종군서기로서 조선 땅까지 원병을 간다는 것은 선화와의 혼인을 늦추게 되고 이별을 장기화하게 되어 그들의 장래가 불확실해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던 '제도권 진입과 애정 구현의 문제'가 상충적인 관계에 놓여지게 된 것이다. 종군서기의 직책을 맡아 조선원병으로 떠나자니 애정 실현이 어렵게 되고, 애정을 실현시키려면 종군서기의 직책을 거절하고 조선으로 떠나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양자택일의 상황에서 주생은 갈등의 여지도 없이 후자를 원하지만, 주어진 직책을 거역할 자유가 주어지지 않는다. 그 결과, 선화와 다시 만나 온전한 결합을 이루게 된다는 희망, 혼인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간절함이 또 다시 좌절과 허무의 상황으로 바뀌게 된다.

 

4)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주생전"은 주어진 문제의 해결 과정으로서의 구조가 아니라 문제 해결과는 뒤틀린 방향으로 새로운 상황이 끝없이 드러나는 과정으로서의 구조적 특성을 지닌다. '과거응시와 그 거듭된 실패’, ‘배도 및 선화와의 만남과 헤어짐’, ‘선화와의 혼인 약속과 조선 출병'이라는 커다란 세 사건이 주인공의 욕구와는 다른 방향으로 뒤틀려져 전개된다. 사건을 중심으로 볼 때, 첫째 부분에서는 오직 제도권 진입(지위 상승) 욕구만이 존재했으나, 둘째 부분에서는 제도권 진입 욕구는 잠재적인 욕구로 남게 되고 애정 욕구가 점차 표면화되어 나타나며, 그러다가, 셋째 부분에서는 애정 갈등만이 강하게 작용하게 된다. 제도권에의 진입 욕구가 점차적으로 애정 욕구 쪽으로 전이되어 가고 있는 삶의 변화 과정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이해와 감상 및 해설은 논문 "「주생전」의 서사구조와 성모랄 (「周生傳」의 서사구조와 性모랄)"을 참고 했음을 밝힙니다.

 

 

 

 

 

 

****"권필-주생전"은 원문이 한문입니다. 그 점을 염두해두시고 읽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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